[단독] 양도세 중과 D-5… 다주택 장관 7명 “집 팔 계획 없다”

입력 2018-03-28 06:22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계획이 담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일인) 내년(2018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 입각 당시 다주택자였던 장관과 장관급 각료 9명은 김 장관의 말을 지켰을까.

국민일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닷새 앞둔 27일 다주택자였던 장관(급) 9명에게 주택 매각 계획을 문의했다. 9명 중 6명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3명은 두 번째 주택을 매각했거나 팔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에 내놓았다고 밝혔다.

현재 청약조정 대상 지역에 두 채 이상 주택을 가진 장관(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청약조정 대상 지역은 정부가 주택 투기가 과열됐다고 보고 양도세 중과 대상으로 지정한 서울·부산·세종 등을 말한다. 이들은 주택을 팔지 않는 이유를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강 장관 부부는 서울 관악구, 서대문구, 종로구에 주택을 갖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관악구 다세대주택에는 강 장관 어머니가, 서대문구 단독주택에는 딸이 살고 있다”며 “모두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팔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로구 오피스텔은 강 장관 남편이 지인 7명과 함께 구입해 마음대로 처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이 됐던 경남 거제의 단독주택은 여전히 장녀와 차녀가 소유하고 있다.

박 위원장과 배우자는 서울 종로구와 영등포구에 각각 한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종로구 아파트에는 박 위원장 부부가, 영등포구 아파트에는 아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종로구에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는 오피스텔을 갖고 있었지만 2월 매각했다.

다주택 장관 중엔 실거주 목적의 주택 한 채와 수도권이나 지방에 작업실 등으로 사용할 주택 한 채를 소유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수도권이나 지방 주택에 대해 “투기 목적이 아니다”며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울 송파구에 아파트, 경기도 양평에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평군 주택은 유 장관 부인이 1주일에 1∼3차례 밭을 가꾸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아파트, 보은에 단독주택을 보유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 창작 등을 위한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기도 수원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양평에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원 오피스텔은 박 장관이 은퇴 후 집필 공간으로 쓸 예정이고, 양평군 주택은 장관 부인이 미술 작업을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경기도 용인에 아파트, 충남 논산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논산 주택은 송 장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것인데, 선산 관리용으로 남겨둔 거라 팔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들의 해명은 일반적인 1가구 2주택자들의 해명과 비슷하다. 강은택 서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인 중에서도 앞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있거나 가족들이 따로 사는 경우 때문에 다주택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일반 국민들이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는 이유는 장관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 장관 중 한 채를 매각하려고 내놓거나 실제로 판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강서구 아파트를 팔기 위해 지난 1월 공인중개사무소에 내놓았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투기 목적 구입 의혹을 받았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는 보유 중이다. 이 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며 4월부터 재건축을 위한 이주가 시작된다. 이 위원장이 보유한 주공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49.58㎡) 매물은 지난해엔 10억원대였지만 현재는 1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를 공인중개사무소에 25억5000만원에 내놓은 상태다. 인근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김 장관이 내놓을 때만 해도 같은 면적 아파트가 26억원에 팔렸다. 높은 가격으로 내놓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월 경기도 연천의 단독주택을 친동생에게 1억4000만원에 매각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