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訪中 인사는 남성 ” 댜오위타이 18호실서 숙박… 김정일처럼 중관촌도 방문
시종 국가원수급 경호·예우… 소원했던 北·中 급속 회복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북측 최고위층 인사가 27일 이틀째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사가 탄 것으로 알려진 특별열차가 이날 오후 베이징역을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1박2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북측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으로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는 것은 물론 4∼5월에 예정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향후 한반도 비핵화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측 최고위급 인사가 전날 베이징을 방문해 27일까지 여러 명의 중국공산당 지도자들과 회담했다”면서 “최고위 인사가 남성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공산당 관계자를 인용해 북측 인사가 김 위원장이라고 특정하며 북·중 쌍방이 올 초부터 그의 방중 준비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측은 김 위원장의 방중 조건으로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내걸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측 최고위급 인사는 김일성 방중 당시 항상 머물렀던 댜오위타이(釣魚臺) 18호실에서 잔 것으로 전해져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고위급 인사 일행은 이날 오전 취재진을 피해 댜오위타이를 빠져나가 중국의 대표적 창업거리인 중관촌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관촌에선 주중 북한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 행렬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11년 5월 방중 당시 중관촌을 방문해 중국의 선진 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따라서 북측 최고위 인사가 김 위원장이 맞는다면 아버지 ‘김정일 루트’를 따라 한 셈이다.
앞서 홍콩 명보는 자체 입수한 동영상 3개와 베이징 소식통을 내세워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전날 오후 3시 베이징역에 도착했다고 소개했다. 역에서 내린 북측 인사는 중국 국빈호위대의 영접을 받는 등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았다. 역에서 북측 인사를 태운 차량 행렬은 중국 지도자들의 집무실과 거처가 있는 중난하이로 향했다. 또 이 차량들은 숙소인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가기 전 인민대회당에도 들러 3시간 동안 머물렀다고 명보에 밝혔다. 때문에 중난하이와 인민대회당 2곳에서 북측 인사와 중국 지도자의 회동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방중으로 북한과 중국 모두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도 북한이 미국에 쏠리면서 우려됐던 ‘차이나패싱’을 해소한 계기였다.
량윈샹 베이징대 교수는 “북측 인사의 방중은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서 여전히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북한도 미·중 간 긴장 관계를 이용해 중국에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