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고위급 방중… 장안대로 교통통제, ‘진싼팡’ 검색 차단

입력 2018-03-27 20:09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이 제기된 가운데 베이징 도심에서 검은색 차량들이 오토바이 경호대와 함께 지나가고 있고 있다. 사진은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먀오파이’에 게재된 제보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먀오파이 캡처

인민대회당 주변 무장차량… 장안대로 등 교통체증 극심
북중 접경지역 단둥 호텔 강변쪽 객실 예약 중단

‘조선’ ‘진싼팡’ 검색어 차단… 언론·인터넷 통제도 강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최고위급 인사가 베이징을 방문한 27일 시내 곳곳에서는 교통이 통제되고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전날 북측 최고위 인사가 방문해 중국 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인민대회당 주변은 철저히 통제됐다. 외부인은 인민대회당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근처로 접근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인민대회당 주변에는 검정색 무장경찰 차량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특히 북측 인사들이 이동하는 오전에는 천안문과 인민대회당 사이를 가로지르는 창안제(장안대로)는 교통이 통제됐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교통이 통제될 때는 창안제를 향해 의심스런 행동을 하는 것도 제지받았다. 교통 통제 탓에 창안제 주변은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택시를 타고 인민대회당 방면으로 가던 승객들은 워낙 차가 막히자 도로 한가운데서 내려 걸어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북한 인사들이 오전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 중관촌 일대도 교통이 통제됐다.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도 경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북한대사관 정문에는 공안 서너명이 배치돼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가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해 사진을 촬영했다. 대사관 정문을 지키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경비병은 취재진을 보고 이미 익숙한 듯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촬영을 하려 하자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사관 뒤편 북한 잡화점에 있던 한 조선족 여성은 높은 사람이 왔다는데 아느냐고 묻자 “나랏님들이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의 한 호텔은 압록강변을 바라보는 강변쪽 객실 예약을 중단했다. 중롄호텔은 “당국의 지시로 오늘(27일)까지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객실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텔예약 사이트에는 중롄호텔의 강변쪽 객실들은 예약이 끝났다고 표시됐다. 호텔 측은 그러나 “내일(28일)부터는 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롄호텔은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변에 있으며, 압록강대교를 지나다니는 차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언론 매체들의 보도와 인터넷 게시글을 감시하는 등 언론 통제도 강화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26일 오후까지만 해도 ‘조선’이란 검색어를 치면 ‘김정은 특별열차’ 등의 사진 등이 떴으나 당일 저녁부터 모두 삭제됐다. 이후 웨이보에서 ‘조선’은 검색이 안 되고 ‘김정은 방중설’ 관련 글도 모두 사라졌다. 검색엔진 바이두에서는 ‘진싼팡’(김씨네 3대 뚱보)도 검색되지 않았다. 진싼팡은 김 위원장을 ‘뚱보’로 비하한 표현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당국의 통제로 이날 오후까지도 북한 고위급 인사 방문에 대해 어떤 보도도 하지 않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북한 인사 방중 활동에 대한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관영 매체와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