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안젤라’가 직접 말한 ‘정봉주 성추행’ 전말

입력 2018-03-27 15:15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현직 기자 안젤라(가명)의 변호인 하희봉 변호사가 27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1시간가량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중간에 ‘바쁘니까 기다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정 전 의원이 도착해서 단 둘이 만난 시간은 짧다. 20분도 안 된다.

바쁘다고 했기 때문에 오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봉주 전 의원이 만나자마자 “남자친구 있느냐. 뭐도 해주려 했는데 감옥에 가게 돼서 안타깝다”며 이상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걸이 쪽으로 가서 걸려 있던 코트를 입으려고 하니까 정 전 의원이 따라왔다. 옷걸이 밑에서 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 그러다 입술이 스쳤다. 그리고 나는 밖으로 나왔는데 따라 나오지는 않았다. 그게 이 사건의 전말이다.”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이 27일 ‘안젤라’라는 가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언론을 통해 폭로한 지 20일 만에 성추행 당시 상황을 위와 같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안젤라는 기자회견에서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쯤 내가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기록을 찾던 중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았다”며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인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을 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안젤라는 당일 오후 5시5분 포스퀘어를 통해 렉싱턴 호텔 1층 ‘뉴욕뉴욕' 위치를 지정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5시37분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뉴욕뉴욕'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퀘어에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3일에 저를 렉싱턴 호텔에 만나러 올 시간이 없었다는 취지로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2011년 12월 23일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실제로 12월 23일 오후 5시쯤 렉싱턴 호텔 카페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 증거를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면서 "정 전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다. 오늘 제가 밝힌 건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안젤라는 공방의 쟁점인 2011년 12월 23일에 대해 "이날 렉싱턴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1시간 기다렸다. 정 전 의원이 '바쁘니까 기다려라'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20분도 안 되게 짧은 시간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780여장의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며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오후 5시 이후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안젤라는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얼굴과 신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 호소를 의심했다"며 "정 전 의원은 세간의 편견과 의심을 악용해 저를 유령 취급해왔다"고 말했다. 안젤라의 변호인 측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출석할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