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여대생 A씨가 사건 발생 후인 25일 SNS에 게시한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A씨는 긴 글을 통해 폭력으로 일상생활이 망가진 후 겪고 있는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네가 원망스럽다. 내 작은 즐거움과 일상을 네가 한순간에 빼앗았다”고 했다. 그는 대학 생활을 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했다. 금요일이면 강의가 끝난 뒤 친구들과 놀러 갈 생각에 설렜다고 했다. 다음 날 입을 옷을 고르는 게 행복이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면 메뉴를 고르는 게, 아르바이트 월급날을 기다리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A씨는 21살 평범한 여대생으로서 지냈던 시간을 그리워했다.
그는 이 행복을 “뺏겼다”고 표현했다. A씨는 “내 얼굴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된단 보장이 없다”며 “이 모든 것이 나아지더라도 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의 새로운 일상은 “매일 반복되는 악몽”과 “울면서 견디는 두려움”이 됐다. A씨는 “넌 어떻게 지낼까. 네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전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3개월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로부터 당한 데이트 폭력 내용을 22일 페이스북에 상세히 폭로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과 문자 내용도 공개했다. 남성은 겉옷이 다 벗겨진 채로 쓰러진 A씨를 무자비하게 끌고 갔다. A씨는 글을 올리기 이틀 전 집 근처 산에서 남성으로부터 마구 맞았다고 한다. 단지 “헤어지자”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밝힌 사건의 전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시작은 차 안에서 벌어진 작은 말다툼이었다. 이별을 요구하는 A씨에게 분노한 남성은 차를 야산으로 몰고 가 폭행을 가했다. 남성은 A씨 머리를 운전대에 박을 정도로 심각하게 때리면서 “너를 사랑해서 못 헤어진다”고 했다. A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감금시키기도 했다.
폭행은 A씨 집, 남성의 집 등에서 계속 이어졌다. A씨가 기절해도 멈추지 않았다. 남성은 “피로 물든 모습을 보게 흰옷으로 갈아입어라” “공주, 벗겨진 옷 입혀줄게” 등의 말을 했다. 현장을 목격한 남성의 집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후에야 폭행은 멈췄다.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나 도와줄 거지” “다른 남자 만나지 마라”고 A씨를 협박했다.
A씨는 눈과 코 부근이 골절됐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등 큰 부상을 당했다. 그보다 더 큰 고통은 공포였다. A씨는 남성이 찾아올까 봐 두려워 숨어있다가 다른 지역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흥신소를 사용해서라도 나를 찾아내겠다고 했다. 다시 쫓아올까 봐 두렵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