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궁내막증과 중복신장을 앓고 있다. 의사는 그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엄마는 딸이 말을 배운 순간부터 계속해 설명해주었다. 엄마가 쓰러지게 되면 전화기를 들어 999번(인명구조전화)을 누르라고.
영국 언론 더선은 4살 난 아이가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엄마 목숨을 구한 사연을 24일 소개했다.
더럼주 선덜랜드에 사는 엄마 루이스(26), 딸 앞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딸 에밀리는 당황하지 않았다. 엄마의 당부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가. 엄마가 만약 힘 없이 바닥에 누워있다면, 바로 수화기를 들어 999번을 눌러주렴. 그 다음 아빠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알려줘. 구조대원 아저씨나 아빠가 오는 동안 너는 동생 로사와 찰리를 돌봐야 한단다. 알겠니?”
에밀리는 그대로 따랐다. 차분하게 긴급 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엄마가 바닥에 넘어져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는데, 엄마에게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에밀리는 아버지 스티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뒤, 도움을 줄 누군가가 도착할 동안 15개월 된 여동생 로사와 6주된 남동생 찰리를 보살폈다.
에밀리의 전화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가 급히 엄마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구급대원 케리 콜벳은 “에밀리는 침착하게 엄마의 상태를 전달했다”면서 “에밀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하게 상황을 통제했다”고 전했다.
루이스는 ‘간질’ 진단을 받았다. 이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다. 딸이 조금이라도 지체했다면 큰일을 겪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딸이 빨리 전화해서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밀리는 23일 노스 이스트 응급 구조 서비스(NEAS)로부터 특별 증서와 포상을 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