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 진범 15년형 확정… “누명 쓴 사람에 미안”

입력 2018-03-27 10:39
전주지검 군산지청 수사관들이 2016년 11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씨를 경기도 용인에서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뉴시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 김모(37)씨에게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자기 대신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간 복역했던 최모씨를 향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3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발생했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모(사망 당시 42세)씨가 흉기로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목격자였던 최씨(당시 15세)가 수사기관의 가혹한 조사 과정을 거쳐 범인으로 기소됐다.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씨는 “경찰의 폭행과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 살인 누명을 벗었다.

진짜 범인 김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2003년 6월 군산 등지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2000년 익산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살인의 진범이 익산에서 살고 있다”는 첩보를 접했다. 김씨의 죽마고우인 임모씨가 전말을 알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고, 임씨를 찾아가 범인이 김씨라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김씨를 경기도 용인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당시 김씨와 임씨를 군산경찰서 서장실로 불러 진범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경찰이 “이 사건으로 이미 다른 사람이 복역 중이니 영웅심으로 진범이 아님에도 그렇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자, 김씨는 “제가 진범입니다. 많이 후회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것을 밝히고 나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내 대신 잡혀 들어간 사람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범행 당일 새벽 2시 임씨를 찾아갔다. 임씨는 “원래 차분하고 쉽게 놀라는 성격이 아닌데 겁을 많이 먹어 얼굴이 질려 있고 땀도 많이 흘리고 있었다”며 “당시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의경들이 돌아다니기에 ‘네가 사용한 칼을 찾나보다’ 했더니 김씨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범행 이후 10일간 임씨와 함께 생활했다. 두 사람은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조금씩 털어놓았고, 그 내용이 결국 경찰 귀에까지 들어가 검거됐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처벌이 확정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경찰과 검찰은 김씨의 자백이 증거로 쓰기에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었다. 긴급체포에서 풀려난 김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당시 심신미약으로 인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고, 임씨는 2012년 자살했다. 이 내용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