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낙서로 고통받는 현대미술 작품…인식부족? 관리소홀?

입력 2018-03-27 09:48
부산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캡쳐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85)작가의 야외 전시 조각품이 관람객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야외 전시장인 ‘이우환 공간’에 설치된 조각작품 ‘관계항-길 모퉁이’(2015)에 낙서와 발자국으로 얼룩진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누군가가 뾰족한 도구로 작품을 이루는 철판에 ‘WANNA ONE’ ‘강다니엘’ 등 아이돌 그룹 이름과 하트 모양을 새겨놓았다. 낙서 아래쪽에는 흙 묻은 신발 자국도 보인다. 이는 작품이 있는 전시장이 야외공원과 같은 곳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은 자연석과 철판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 2m 70㎝, 폭 3m, 두께 4㎝가량이다. 2015년 작가의 전용 전시장인 이우환 공간 개관을 기념해 미술관 측이 들여온 조각품 4점 중 하나로 당시 작품가는 7억원, 현재 가치는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은 이 작가가 직접 전시장의 기본설계까지 관여한 세계 유일의 전시장이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예술품과 작가에 대한 일부 시민의 인식이 부족한 탓에 발생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부산시가 이우환 공간 유치에는 열성을 보였지만 이우환 작가와 작품을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시민에게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관 측의 작품 관리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 작가의 유일한 전시장으로 홍보하면서도 전시장에 배치된 직원은 한 명뿐이며 방범 카메라와 작은 안내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26일 야외 정원 바닥에 ‘방범 카메라 작동 중, 눈으로만 봐달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하니 전날 여성 두 명이 해당 작품 주위를 서성이는 것으로 보이나 화질이 나빠 얼굴과 행위를 식별할 수 없다”며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