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대학 ‘미투’…포스텍 교수 “나는 접대부 아닌 동료다”

입력 2018-03-27 09:39
픽사베이 제공

대학 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또 등장했다. 이번엔 포항 포스텍(포항공대) 비전임 여교수가 동료 교수와 고위 공직자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주장이다.

26일 포스텍 교내 통신망에는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 동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자신을 이 대학교수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는 2015년 성추행을 당했던 경위를 설명했다.

제보자는 “당시 A교수에게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 정치적 권력을 가진 분이 포항에 왔으니 예쁘게 하고 저녁 식사 자리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날따라 쉬고 싶었지만 네트워킹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처지라 지친 몸을 이끌고 모 식당에 갔다”고 말했다.

이어 “A교수 지인이라는 C씨는 고위 공무원이었다”며 “C씨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한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바꿔줬고 이후 폭탄주를 몇 잔 돌려 마셨다”고 했다. 그런 다음 A교수가 자신에게 “예쁘게 하고 오라니까 왜 이러고 왔어?”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치마가 이게 뭐야 촌스럽게”라는 말로 핀잔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이후 식당을 나와 학교로 이동하는 도중 성추행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국제관으로 오는데 C씨가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주물럭거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사회 생활하며 남자들 이 정도 추행은 별 놀라운 일이 아니어서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며 “손을 빼려고 하니 C씨 손이 제 허벅지 부위로 제 손을 따라 왔는데, 마침 목적지에 도착해 황급히 택시에서 내려 더 이상 추행은 피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음날 두 사람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으나 기가 차게도 C씨가 카톡으로 ‘주말에 서울에 오면 단둘이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고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거절한 뒤 A교수에게 전화로 화를 냈다”며 “A교수는 자기가 대신 사과한다며 알아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교수와 C씨의 사과는 없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얼마 전 A교수에게 본인과 C씨의 서면 사과문을 일주일 내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불어닥친 미투 운동을 볼 때마다 당시 기억이 떠오른 탓에 수면장애와 만성위장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내가 우습게 보일 만큼 잘못 행동했는지 반문하면서 수치스럽기도 하고, 비전임 교수라서 그런가 심한 자괴감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또 글 말미에 “A교수를 비롯해 저를 동료 교수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거나 고용 불안정을 악용해 선심 쓰는 척하면서 무료 봉사를 시키는 등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분들에게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 동료다’라고 말하고 싶다”며 “사회생활을 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법한 사소한(?) 것일 수 있으나 학내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에 저의 아픔을 학교 구성원과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올린다”고 썼다.

이에 대해 포스텍 측은 “익명의 제보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학 차원에서 즉시 조사에 들어가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