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조기사망자 中보다 빨리 늘 수도

입력 2018-03-27 07:53

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 공습은 국민 건강에 직접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미세먼지에 따른 대기오염을 막지 못한다면 2060년까지 조기사망자가 중국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어린이·청소년이 호흡기 계통 질환에 걸리는 빈도가 늘고 있다.

26일 보험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대기오염의 건강위험과 보험’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1% 증가했다. 100만명당 사망자수는 2015년 기준 270명으로 OECD 평균(220명)에 비해 높다.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폐 깊이 들어가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5세 이하가 5%, 70세 이상이 5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OECD는 한국이 대기오염 축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대기오염(초미세먼지 및 오존)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2060년까지 100만명당 1069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1563명)보다 낮지만 일본(755명), 미국(293명) 등 다른 OECD 국가 가운데 제일 높다. 특히 중국은 조기사망자가 2010년부터 2060년까지 2.4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한국은 2.9배로 증가세가 더 빠르다.

이는 보험업계의 각종 통계에서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10년간 어린이·청소년의 보험사고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호흡기관 질환의 입원 빈도가 증가했다. 2006년 상위 10대 주요 질환 중 호흡기관 질환은 기관지 질환(7115건), 인플루엔자·폐렴(5195건), 비염 등 기타질환(5187건) 3개뿐이었다. 2015년에는 여기에 인두·후두·편도 질환(9809건)이 추가됐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13년부터 약 4년간 실손보험 22만여건을 분석했더니 특정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기준농도(25㎍/㎥)에 비해 10㎍/㎥ 증가한 경우 다음날 15세 미만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75% 늘었다.

각 보험사의 보험설계사들에게 미세먼지 관련 질병이나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이 없느냐는 고객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세먼지 특화 보험은 출시되지 않았다.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 걸려 치료를 받았다면 실손보험 등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세먼지와 관련된 보험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보험업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앞서 중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보험업계가 관련 상품을 출시했었다. 초미세먼지와 관련된 대기질지수가 5일 연속 일정 수치를 넘을 경우 300위안(약 5만원)을 받는 보험 등이었다. 다만 보험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 제재를 받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호흡기 질환의 보장을 늘려주는 보험은 출시될 수 있다”면서도 “미세먼지 특화 보험이 나오려면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