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64·사진) 총리가 이시바 시게루(61) 전 간사장에게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 조작 파문 때문에 아베 총리의 3연임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3∼25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로 적합한 사람을 물었더니 25%가 당내 ‘반(反)아베’ 기수인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았다. 이시바는 지난 1월 조사 때 3위(17%)에서 이번에 1위로 급상승했다.
아베 총리는 1월(35%)보다 11% 포인트 떨어진 24%를 기록해 2위로 밀렸다. 그는 당내 ‘차세대 리더’ 고이즈미 신지로(37) 수석부간사장에게도 추격을 허용했다. 고이즈미는 22%로, 아베 총리와의 격차가 2% 포인트에 불과하다.
응답자 가운데 자민당 지지층만 따지면 아베 총리 47%, 이시바 18%로 아직 차이가 크지만 여기서도 1월에 60%였던 아베 총리 지지율이 13% 포인트나 빠졌다.
이시바는 “국민의 따가운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총재 선거 도전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오는 5월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아사히신문은 예상했다.
총재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부상한 고이즈미는 모리토모 스캔들과 관련해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며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거나 겸허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다.
아베 총리는 당 관계자에게 “일련의 외교로 다시 존재감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얘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