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550조원을 돌파했다.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충당부채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5년간 17만명을 더 뽑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이 시행되면 나랏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7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재무제표상 부채는 1555조8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22조7000억원(8.6%) 늘었다. 부채 증가분의 대부분은 연금충당부채다.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장기간에 걸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잠재 부채’로 국가 재정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 대비 93조2000억원 늘어난 845조8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공무원 연금충당부채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충당부채는 675조3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74조8000억원 증가했다. 군인 연금충당부채는 17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조4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공무원 연금충당부채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것은 최근 저금리에 따른 할인율 인하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연금지출액은 재직자(공무원, 군인)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수입으로 우선 충당될 예정이고 연금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보다 낮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공무원 증원을 고려하지 않은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증원된 공무원 2575명 중 상당수는 올해 1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집계된 공무원 연금충당부채에 이들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정부가 임기 5년 동안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키로 한 점을 감안하면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지난해 기준 66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128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GDP 대비 38.6% 수준이다. D1의 증가세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국가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는 2016년 기준 717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43.8%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평균(112.7%)과 비교해 양호하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