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구속)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를 2시간 앞두고 변호인을 통해 조사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구속 후 검찰의 5차례 방문조사에 응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검찰 수사 무시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결국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26일 정오쯤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전 접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의논 끝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검찰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구속 후에도 검찰은 함께 일한 비서진을 비롯해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조사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구속 나흘 만인 이날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 발표에도 예정대로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수사관들을 보내 조사를 강행했으나 구치소 도착 2시간여 만인 오후 3시20분쯤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신 부장검사는 강 변호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도록 설득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는 모두 거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강 변호사를 통해 미리 작성해둔 조사 불응 사유서를 수사팀에 제출했고, 수사팀은 사유서만 받아든 채 끝내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수사팀이 떠나고 20여분 뒤에야 나왔다.
이 전 대통령 조사가 무산되면서 검찰의 추가 수사에도 적잖은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이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기존 혐의나 추가 혐의에 대한 증거 관계를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나 아들 시형씨 등에 대한 조사가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등 친인척들에 대한 조사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공범관계인 친형들과의 면회를 막기 위해 ‘접견·교통 금지’를 청구했다.
한편 검찰의 옥중 조사를 거부한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는 새 글이 게시됐다. 천안함 폭침 8주기를 맞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로 이 전 대통령 측근이 대신 올린 것으로 보인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