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검토해보겠다”… 국민청원도 22만명 넘어

입력 2018-03-26 17:25

2009년 ‘성상납 강요’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사건의 진상조사와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검토는 해봐야겠다”고 26일 말했다. 최근 장씨 사망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22만명을 넘긴 가운데 진상규명이 다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나중에 필요하면 경찰청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선 ‘장자연 사망사건’과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 재수사’에 대해 언급했다.

2008년 장씨는 언론사 사장, 방송사 피디, 재계 유력인사들에게 수차례 성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했다. 문건에는 어머니 기일에도 술자리에 불려나가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끊임없는 술자리 강요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건이 알려져 국민적 관심사가 되자 당시 수사기관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성상납 강요’는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장씨 소속사의 대표와 매니저가 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게 다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장씨의 사망사건을 재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25일로 22만명을 넘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또는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할 ‘한 달 내에 20만명’ 기준을 넘겼다. 청원자는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이 사회적 영향력 금권 기득권으로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고 버젓이 잘살아가는 사회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나요. 어딘가에 또 다른 장자연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으며 “우리의 일상에 잔존하는 모든 적폐는 청산돼야한다”고 썼다.

이 청장은 아울러 단역배우 자매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 청원 인원이 20만명이 되기 전 언론을 통해 지시했다”며 “검토해봐야겠지만 (재수사가) 법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처벌 가능성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 동생의 추천으로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가 관리반장 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피해구제를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후 동생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