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이 남자가 거꾸로 달리는 이유

입력 2018-03-27 05:00

디즈니영화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로런 지토머스키(33)는 항상 이런 말을 듣습니다. “헤이 당신 거꾸로 달리고 있어!”

나무와 부딪히는 일은 없냐고?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있습니다.

지토머스키가 거꾸로 달리는 목표는 하나입니다. ‘거꾸로 마라톤’의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것. 다음달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합니다. 그는 SNS 상에서 ‘거꾸로 사나이’로 유명합니다. 거꾸로 달리면서 간질 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치료비를 모금하고 있습니다.

AP통신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지토머스키를 찾아 그가 왜 거꾸로 달리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Q:왜?

A:아빠는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77년 간질로 아들을 잃었다. 만날 수는 없었지만 형 브라이언이었다. 형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커다른 영향을 미쳤다. 아빠와 나는 ‘간질 재단’을 위한 모금을 위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마라톤도 했다. 아무도 간질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26명 중 1명은 간질을 갖고 있다.


Q:4월16일 보스톤 마라톤에서 목표는?

A:지난해 6월 3시간 14초의 기록으로 보스톤 마라톤 참가 자격을 얻었다. 간질을 알리고 모금을 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보스톤 마라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리를 짜내고 있을 때 누군가 말했다.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게 어때?”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거꾸로 달려 세계 기록을 세우자.

Q:거꾸로 마라톤 세계 기록은 누가?

A:2004년 베이징 마라톤에서 쉬저쥔이 세운 3시간43분39초가 세계 기록이다. 그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마일(약 1.6km) 당 8분30초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매주 45마일을 거꾸로 달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종아리에 불이 나는 거 같다. 거꾸로 달리면 바로 달릴 때보다 에너지가 33% 더 소모된다.

Q:위험하지는 않나?

A:처음에 방향과 균형을 잡는데 힘들었다. 초기에는 나무와 부딪혀 등에 상처를 입기도했다. 하지만 익숙해졌다. 가끔 친구가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함께 달린다. 친구는 등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오른쪽…왼쪽…100야드 가서는 왼쪽으로 돌아….”

Q:사람들의 반응은?

A:여기는 LA다. 희한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나와 함께 뒤로 달리기도 한다. 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여성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날 너무 좋아한다. 한 여자 아이는 나를 따라 뒤로 뛰다가 넘어져 울기도 했다. 뒤로 뛰는 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간질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Q:세계 기록을 세울까?

A: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 일이 될 것이다. 해낼 수 있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