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에서도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미세먼지 약자’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구별로 지급되는 마스크가 다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울시 가로미화원 조오현씨는 “현재 지급되고 있는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한다며 약국에 가서 개인의 사비로 마스크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마스크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확인 결과 마포구청, 은평구청 등의 경우는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었다. 반면 다른 구청에서는 일반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는 곳이 다수 존재했다. 일반 마스크의 경우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없어 건강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K-F80, K-F90 등이 표시된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80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80㎛(마이크로그램) 이상은 걸러준다”는 뜻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일하는데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미세먼지 ‘나쁨’에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미세먼지가 심한 날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심한 날에는 100% 차단이 불가능하다”며 “가급적 실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서울시 각 구청의 관계자들은 “현재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공할 뿐 업무시간은 평소와 동일하게 운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가로미화원 조오현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일하고 오면 시커먼 가래가 낀다”면서 “나 같은 노동자의 경우 매연과 미세먼지를 동시에 마시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향후 환경미화원 등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따로 휴식시간을 부여한다든지, 시간대별로 업무지침을 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농도가 가장 심한 시간대는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유연한 근무지침이 요구된다.
◆ 미세먼지 ‘나쁜 날’ 더 많아집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기준을 27일부터 강화한다. 이럴 경우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현행 기준은 50㎛이지만 개정된 기준은 30㎛으로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기준을 따랐다. 결국 과거에 보통인 날씨도 27일부터는 나쁨 날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기상 상황 또한 미세먼지 ‘나쁨’에 한 몫 했다. 우리나라의 공기가 정체돼 고여 있으면서 공해들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발 스모그가 밀려와 하늘을 뿌옇게 만들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미세먼지가 가장 심해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보통 4~5월에 가장 심하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기가 안정돼 안개가 자주 끼고 바람도 약하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올 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 마스크 올바른 착용법부터···근본적인 대책 필요
미세먼지를 예방하는 개인적 노력으로는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있다. 착용하는 마스크 후면에는 정확하게 착용하는 법이 그려져 있다. 이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틈 사이로 미세먼지가 다 들어오니 주의해야 한다.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현재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난 1월 중국 외교부와 우리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었다. 이 자리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굉장히 항의도 많고 불만도 많다”고 발언했다. 이에 중국 측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우리가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어딨냐. 연구결과를 제시하라”며 적반하장의 자세를 취했다.
실제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성사진, 관측자료 등 여러 가지 정황상 증거로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할 뿐이다. 향후 미세먼지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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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