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한미FTA·철강관세 합의… 완벽한 윈-윈”

입력 2018-03-26 08:25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뉴시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관세 면제 협상에서 양국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협상 결과를 “완벽한 윈-윈(an absolute win-win)”이라고 표현했다.

므누신 장관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매우 생산적인 이해에 도달했다. 우리는 곧 협정에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협상의) 일부분으로 한국은 미국에 보내는 철강 규모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지난 25일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와 232조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번 합의 성과로 불확실성 조기 제거를 통한 업계의 안정적 진입, 농업 레드라인 사수,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원산지 미반영 등 5가지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합의 내용을 26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자동차 분야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고 철강 관세 면제를 얻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아직 실무 차원에서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가 남아있는데 곧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지켰다”고 말했다.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한국 정부가 미국에 무엇을 양보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이 한국의 철강 관세부과를 1개월 유예함에 따라 FTA 개정 협상에서 일정 부분 양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유력시되는 양보안은 자동차 관련 안전·환경 규제 완화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 조정이다. 현재 미국 차는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안전·환경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업체당 2만5000대까지는 제외된다. 이 쿼터량을 늘려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나 포드, GM은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어 쿼터량을 늘려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독일이나 일본산 차량까지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 문종철 박사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까지 규제에서 제외되면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BMW나 도요타, 혼다 등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과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최소 500억 달러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과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어느 정도 감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중국 시장 개방 및 관세 인하, 강제적인 기술 이전 방지 등에 관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무역전쟁을 목표로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