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난 못가니…” 구속 전 ‘당부’에 측근들 오늘 현충원 집결

입력 2018-03-26 07:59

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26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집결한다. 천안함 폭침 8주기를 맞아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직전 측근들에게 “내가 없더라도 꼭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라”고 신신당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구치소에서 변호인단 접견을 할 때도 같은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26일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매년 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참배해 왔다”며 “구속되시기 전에 올해는 못 가니 우리라도 가라고 당부하셔서 대전 현충원에 모이기로 했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재임 당시 천안함 폭침 사태를 겪은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천안함 추모행사를 챙겼다. 지난달 26일에도 경기도 평택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했다. 당시 페이스북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간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왔는가.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고, 통일이 되는 그날 비로소 대통령으로서 나의 임무와 용사들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라고 약속했던 그 다짐이 생각나 마음이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측근들이 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구속 후 첫 ‘옥중조사’를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에 설치한 조사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 전 대통령 방문조사에는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이 번갈아 가며 투입된다. 이들은 지난 14일 소환조사 당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각각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과 뇌물 혐의에 대해 신문했다.

이날은 신 부장검사를 비롯한 첨수1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구치소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조사키로 했다. 다스 348억원대 횡령 및 31억원대 조세포탈, 다스 미국 소송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중점 조사 대상이다. 첨수1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경영비리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검찰은 구속 시한인 다음 달 1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을 4~5차례 조사한 뒤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후 기소 전까지 총 5차례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검찰청사 경비와 조사시간 확보 등을 고려해 소환조사 대신 방문조사를 선택했다. 전두환, 노태우, 박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조사한 전례도 참고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 주말 동안 동부구치소 12층에 간이조사실을 설치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변호인 접견에서 “검찰이 똑같은 것을 물으려 한다면 그런 신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25일 별다른 외부 접촉 없이 10.13㎡(3.06평) 독방에서 TV와 신문을 보며 홀로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챙겨온 성경도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24일 둘째 딸 승연씨 등 가족을 면회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