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시페러 유치원. 만 1∼2세의 신입생들로 구성된 펭귄반은 뭔가 잘못돼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고, 여자아이들은 팔짱을 끼고 서서 훌쩍였다. 전통적인 남녀 역할 구분에 따른 아이들의 행동은 유치원의 방침에 따르면 ‘괜찮지 않았다’.
스웨덴의 많은 국립 유치원이 전통적인 성 역할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을 교육방침으로 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6년 기자 출신 성평등 전문가 잉그마르 젠스가 처음 시도한 ‘성중립(gender-neutral) 교육’이다. 교육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뤄진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남학생이나 여학생으로 부르는 대신 “친구들”이라고 부르거나 이름을 부른다. 성별에 따라 자동차 또는 인형 등 놀이를 구분 짓는 일도 없다. 주방놀이를 하면서 남자아이들도 똑같이 역할을 분담하게 한다. 또 여자아이들에겐 “싫어!”라고 소리치는 연습을 시킨다. 학교는 이 모든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다. NYT는 “성중립 교육에서 교사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사회공학자’의 기능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현재 전 세계에서 성중립 대명사를 가진 유일한 국가다. 2012년 그와 그녀를 대신해 소개된 성중립 대명사 ‘헨(hen)’은 이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의 노력으로 성중립 교육이 어떤 극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전통적인 성역할 구분은 문화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페러 유치원 교사인 멜리사 에스테카(31)는 “미술 수업을 할 때 여자아이들에게 여자 얼굴을 그리게 하면 속눈썹이 더 길고 화장을 한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행동을 통해 성중립 교육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중립 교육을 받은 유치원생들은 친구와 놀 때 성별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경향을 보였고, 성역할에 대한 편견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