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전쟁가능국 변신을 위한 개헌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NHK방송 등 일본 언론은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가 25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헌법9조(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이 담긴 당 차원의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자위대의 일본군 승격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아베 총리는 이날 “헌법에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자위대를 명기하고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고 말했다.
일본의 2차대전 패전 이후 마련된 헌법9조 1항은 무력행사(전쟁) 포기, 2항은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하고 있다. 추진본부는 개헌에 대한 국민 반감을 고려해 1, 2항을 그대로 둔 채 ‘9조의 2’를 신설해 “1, 2항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었다.
자민당이 이미 2015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안(이하 안보법)을 국회에서 강행 통과시켰던 만큼 이번 개헌으로 일본군 부활을 마무리하려는 속셈이다. 도쿄신문은 “안보법에 의해 자위대는 이미 타국을 무력으로 보호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질돼 있다”면서 “자위대의 존재가 헌법에 명기되면 9조 2항의 ‘전력 불보유’는 사문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자민당의 개헌 추진은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아베 내각 지지율이 사학 스캔들 때문에 급락한 상황에서 개헌 추진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야권은 “재무성의 문서 조작 등 헌법을 망가트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권에 헌법을 바꿀 자격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개헌에 우호적이었던 연립여당 공명당과 보수적인 일본유신의회 등에서도 “(사학 스캔들로) 국회가 안정돼 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