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가 공습한 25일 전국 곳곳서 대규모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전국 5개 구장에는 야구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봄철 야외행사의 ‘미세먼지 딜레마’가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틀 연속으로 초미세먼지(PM-2.5)가 나쁨(일평균 농도값 50㎍/㎥ 이상) 수준을 보였다. 24일 최고 86㎍/㎥(서울·경기)를 기록했던 미세먼지는 이튿날 더 심해졌다. 오후 4시 현재 일평균 초미세먼지 PM-2.5 농도는 서울 103㎍/㎥, 인천 96㎍/㎥, 경기 110㎍/㎥ 등으로 ‘나쁨’(51∼100㎍/㎥) 기준을 넘어섰다.
이는 PM-2.5를 관측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3월 하루 최고치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종전 3월 하루 최고치는 지난해의 85㎍/㎥(확정치 기준)다. 대기가 정체되면서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차곡차곡 축적된 결과다.
육안으로 보아도 심각한 미세먼지를 뚫고 전국에선 봄맞이 야외 행사가 줄을 이었다. 마라톤 대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인천에서 열린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는 선수와 가족, 자원봉사자 등 3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부산에서도 유방 건강에 대한 인식 향상을 목적으로하는 핑크런 마라톤 대회를 위해 5000여명이 모여들었다. 경남 창원과 진주에서도 각각 4000여명, 5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주말 나들이로 야구장을 선택한 시민도 많았다.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개막일인 24일에는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4개 구장이 모두 매진돼 역대 개막전 두 번째 최다 관중(9만6555명)을 기록했다. 25일에도 5개 구장에 8만7515명이 몰렸다. SK는 4년 만에 홈 개막전 만원 관중을 달성하기도 했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야외 행사들은 늘 미세먼지 딜레마를 겪는다.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걸 알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행사를 취소하거나 날짜를 옮길 경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봄철 마라톤 대회의 경우 ‘미세먼지 마시기 대회’라는 웃지 못할 오명까지 얻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대회가 취소된 사례는 없다. 시민 개개인이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유일한 자구책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세먼지에 둔감한 관공서의 태도가 시민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최근 몇년간 미세먼지가 가장 높았던 때가 3, 4월임에도 이 시기에 변함없이 대규모 야외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역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뿐 봄철 야외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마련하지 못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6일 서울·경기북부·경기남부·강원영서·충북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6일 오전 9시부터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18일 발령 후 두달 만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수도권 행정·공공기관의 임직원은 차량 2부제를 따라야 한다. 이외에도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80개 대기배출사업장은 운영시간이나 가동률을 줄이고 출·퇴근시간 이외에 가동하게 된다.
환경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긴급조치를 요청했다. 긴급조치는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전망될 때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시행된다. 여기에는 낮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거리에 도로청소차를 추가 배치하고 소각장 등 공공대기배출시설의 운영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