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위한 행진’…美 전역 뒤덮은 총기규제 시위대 ‘80만 운집’

입력 2018-03-25 17:42
AP뉴시스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최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명은 ‘우리의 목숨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으로 정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은 80만명 이상의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위 주최 측은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800회 이상의 연대 시위가 열린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플로리다 파크랜드 마저리스톤맨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 학생들이 조직했다. 총기법 개혁을 촉구하는 학생들과 교사, 시민들이 함께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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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이번 행진이 1960~10970년대 있었던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이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소개했다. 당시 시위에는 50만~60만명이 참가했다. 또 다른 매체 USA투데이는 이날 워싱턴 D.C 시위 참석 인원이 주최 측 추산 8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보스턴, 휴스턴, 미니애폴리스 등 여타 도시에서 열린 같은 시위 참여 인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매체는 “지금껏 수도에서 열린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라며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연설 다음날 열린 ‘여성 행진’ 시위(약 50만명)가 이전까지 가장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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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총기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라’ ‘정치에서 전미총기협회(NRA) 돈을 빼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었다. 미네소타주 중심인 세인트폴에는 ‘총기 사건으로 인한 희생은 충분하다’는 뜻을 의미하는 ‘이너프’(enough)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됐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마저리스톤맨더글라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데이비드 호그는 “아무 행동 없이 애도만 표하는 정치인들에게 우리는 ‘그만’이라고 말한다”며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변화를 이뤄내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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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시위에 나온 15살 학생은 “학교에서 두려움에 떠는 일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등교하면 제일 가까운 탈출구가 어딘지 살펴보는 일을 멈추고 싶다”고 호소했다. “내 차례가 되기 전에 문제를 고치고 싶다”는 외침도 덧붙였다.

애틀란타 시위에 참가한 17살 학생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지적을 내놨다. 그는 “1999년 콜롬바인 총기 난사 때도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여전히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진작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보장)를 행사하는 용감한 젊은 미국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은 범죄경력조회시스템(NICS) 강화 법안과 학교폭력방지법의 의회 통과를 촉구해 왔다”며 “법무부도 범프스탁(반자동소총 개조 부품)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같은날 오전부터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라라고 별장에서 주말 휴식을 취하고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