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김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요청했다. 김 명예교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확답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김 명예교수가 이번 주 안에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 명예교수의 확답을 받아 영입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25일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실정(失政)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며 “김 명예교수는 중도 성향을 지니고 있어 한국당의 이념적 확장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명예교수가 ‘쉽게 결정하기 힘든 문제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마를 결심하면 홍 대표가 김 명예교수를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한국당이 김 명예교수를 삼고초려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김 명예교수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인 셈이다. 김 명예교수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낼 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한 충청권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김 명예교수는 가장 무서운 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가 중도 성향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극우·색깔론 등 한국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할 수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한국당 수도권 의원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김 명예교수는 한국당을 떠났던 중도 보수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겪고 있는 인물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서울시장 후보가 마땅치 않자 비홍(비홍준표) 중진 의원들은 홍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 명예교수 영입이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민도 없지 않다. 김 명예교수가 대중적 지지도를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게다가 김 명예교수 카드마저 불발될 경우 인물난을 둘러싼 한국당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명예교수가 탄핵 이슈가 불붙기 시작했던 2016년 11월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6일 만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지명이 철회됐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김 명예교수의 영입을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전철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