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여야는 중증외상진료센터 예산을 212억원 늘리는 데 합의했다. 지난 2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상센터 진료체계 개선대책’도 심의·확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외상센터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중증외상센터장)는 22일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중증외상센터에 예산안이 확정됐다고 해서 바로 집행되기도 힘들고 심의 절차를 또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외상센터 개선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중증외상센터 지원이 크게 이뤄질 거라고 했지만 열악한 업무환경은 변하지 않았던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외상센터 지정 과정부터 잘못됐다. 센터 시설도 그렇고, 직원 수도 센터 규모와 맞지 않는다. 지금 인건비나 물자 지원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외상센터 전문의 인건비를 1인당 1억2000만원에서 1억4400만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한마디 했다. 이 교수는 “그건 연봉 총액이 아니다. 교육비나 부대비용 빼면 남는 건 얼마 없다. 그리고 돈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며 “인력 부분은 젊은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게 더 필요하다. 여러 의료 학회에서 대학병원이 전공의를 로테이션(순환근무)시키는 걸 권장한다고 들었다. 권장한다는 건 안 하겠다는 뜻이다. 선언적인 정책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어 정부가 헬기 우선 배치를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배치되긴 뭐가 되나. 헬기는 외상센터가 있는 목포 한국병원이랑 가천대 길병원에 지급됐다. 길병원은 헬기 도입 과정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압수수색도 받았다. 난 순진해서 몰랐다”며 “외상센터에 붙어 있는 하이에나떼는 돈 냄새만 풍기면 다 뜯어 처먹은 다음에 문제 생기면 로비로 때운다. 병원 운영을 그따위로 하면 안 된다. 헬기고 나발이고…”라며 날 선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해결 방안으로 “모두 목숨 걸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판은 디자인부터 잘못됐다. 찔끔찔끔 투입해봐야 소용없다. 아주 냉정하게, 설계를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며 “다 갈아엎어야 한다. 털어보면 개판일 거다. 의료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건강상태를 물으니 그는 씁쓸한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란 말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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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