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24일이에 이어 휴일인 25일에도 전국은 뿌연 미세먼지에 뒤덮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는 오전부터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 정체’를 꼽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4일 중국 쪽에서 미세먼지 유입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불던 바람이 밤부터 현저히 잦아들면서 대기가 정체 상태에 빠졌다”며 “국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축적돼 높은 농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원 관계자는 “현재 고기압이 남해상에 걸려 있다. 중국 쪽에서 미세먼지를 몰고 대기가 유입되기 좋은 조건인데, 이것이 한반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바람은 불지 않는 상황이다. 당분간 강수 예보도 없다. 미세먼지를 씻어낼 비도 오지 않고, 날려 보낼 바람도 없이 대기가 정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라며 “당분간 미세먼지를 해소해줄 요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대기 정체가 계속되는 한 높은 농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경기, 강원영서, 충청, 호남, 부산·대구·울산·경북, 제주 권역에서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으로 예보됐다. 대부분 권역에서 일시적으로 ‘매우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과학원은 전했다.
지난겨울부터 미세먼지 농도는 기온과 비례해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 왔다. 기온이 높아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낮아지면 찬바람에 쓸려 날아가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전국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인 25일에도 기온은 평년보다 높다. 4월 상순에 나타나는 포근한 날씨가 찾아왔다.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6도, 인천 4도, 수원 4도, 춘천 3도, 강릉 9도, 청주 5도, 대전 4도, 전주 5도, 광주 6도, 대구 4도, 부산 9도, 제주 9도 등이었고, 낮 최고기온은 서울 16도, 인천 11도, 수원 17도, 춘천 18도, 강릉 22도, 청주 19도, 대전 19도, 전주 19도, 광주 20도, 대구 21도, 부산 18도, 제주 18도 등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남서풍 또는 서풍이 유입되면서 당분간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며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침 기온은 복사냉각에 의해 떨어지고 낮 동안에는 일사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도 내외로 매우 크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는 전국적으로 남쪽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따뜻한 날이 이어지겠다. 동시에 미세먼지도 한반도를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 가능성이 있다. 과학원 예보가 나와 있는 27일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후에도 대기 변화가 없는 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섰다.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평일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주말과 휴일에 이런 조치가 시행되기는 처음이다. 환경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지자체에 긴급조치 시행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낮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거리에 도로 청소차 긴급 운영, 소각장 같은 대기 배출시설의 운영 시간 단축,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미세먼지 관련 정보 제공과 행동요령 안내 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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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