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지기 위해서 농구하나

입력 2018-03-25 05:05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가드 마리오 찰머스(앞)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스펙트럼 센터에서 열린 샬럿 호니츠와의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상대 센터 프랭크 카민스키의 수비를 피해 동료에게 패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샬럿 호니츠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몰아붙여 3쿼터를 마쳤을 때 112-57로 앞서며 무려 점수 차를 55점으로 벌렸다. 다급해야 할 멤피스지만 경기 내내 팀의 에이스인 마크 가솔을 벤치에 그대로 앉혀 놓았다. 바로 한창인 ‘탱킹’을 위해 1패가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멤피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스펙트럼 센터에서 열린 2017-2018 NBA 정규리그 샬럿전에서 79대 140 대패를 당했다. 61점 차는 NBA 역사상 여섯 번째로 큰 점수 차고, 60점 차 이상 승부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20년 만의 굴욕에도 멤피스 구단은 크게 개의치 않고 ‘탱킹 대전’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탱킹’은 ‘시즌 성적을 포기하고 가능한 한 많은 패배를 기록, 정규리그 최종 순위를 낮추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휴식을 명분으로 에이스를 빼고, 경험이 적은 신인 선수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승부조작과는 다른 개념이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된 팀들이 최종 순위를 낮춰 다음 신인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확보하기 위해 ‘탱킹’에 뛰어 든다. 정규리그 순위가 낮을수록 상위 지명권을 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농구 스타들이 즐비한 NBA에서 꼴찌를 위한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서부콘퍼런스에서는 멤피스를 비롯, 피닉스 선즈와 새크라멘토 킹스가, 동부콘퍼런스엔선 뉴욕 닉스, 시카고 불스 등이 ‘탱킹’에 적극적이다. 이들 모두 현재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돼 더 낮은 정규리그 순위를 갈망하고 있다.

멤피스는 주전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자 본격 ‘탱킹 대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19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3일 현재 서부콘퍼런스 꼴찌로 떨어져 ‘탱킹 전략’이 성공한 모양새다.

뉴욕은 ‘유럽산 괴물’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지난달 초 부상으로 이탈하자 순위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초반 쌓아놓은 승수 때문에 최하위권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엔 부상도 없는 핵심 선수들을 배제하며 팬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지나친 ‘탱킹’을 보여준 시카고가 NBA 사무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내년 신인드래프트에 초대형 센터인 디안드레 에이튼이 나오는 등 유망주가 많은 것도 올해 ‘탱킹’이 더욱 뜨거운 이유로 보인다.

과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002-2003시즌 17승 65패(승률 0.207)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둔 후 르브론 제임스를 지명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NBA 사무국에서는 2019년부터 지명권 추첨 확률을 개정하는 등 지나친 ‘탱킹’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정 후 최하위 팀의 1순위 지명권 당첨 확률은 25%에서 14%로 낮아진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