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관료들이 본 ‘슈퍼 매파’ 볼턴은 “반대자 제거하는 사람”

입력 2018-03-24 17:25 수정 2018-03-24 18:02
지난해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 중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존 볼턴(69) 주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대사 임명 전 의회의 반발을 샀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음달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새 안보사령탑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볼턴 전 대사는 대북 초강경파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은 2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볼턴의 성격을 소개했다. 기고문 제목은 ‘공화당이 존 볼턴을 거부했을 때’ 다.

이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여야 반발로 볼턴의 유엔 대사 인준이 어려워지자 상원 휴회 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이던 블링컨 전 부장관은 “공화당이 장악한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임명을 거부한 것은 돌아볼 가치가 있다”며 “볼턴이 의회 증언 때 보인 호전적인 성격과 반대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유엔 대사 전 국무부 차관 시절에도 ‘쿠바가 생화학 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에 반대한 정부 인사들을 다른 보직으로 보내버리려고 했다. 블링컨 전 부장관은 이런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과 분석도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정직한 중개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나와 “볼턴은 어떤 일에도 책임지지 않았고 자신이 속한 행정부에 내부 비판을 해왔으며 항상 비현실적인 행동을 촉구했다”고 혹평했다. 힐 전 차관보는 “볼턴은 외교를 믿지 않는다”며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된 것은 우리의 외교정책이 훨씬 강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미 일각에선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에 이어 볼턴까지 북한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온 인물들”이라며 “이들은 북한 발언에 대한 극히 회의적인 견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이들은 대북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에 이용만 당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