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호크(super-hawk·초강경파)’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하면서 미국 동맹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들이 볼턴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이 훨씬 강경해져 세계의 갈등을 추가로 부추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볼턴 내정자는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국무부 군축 차관으로 재임할 때나 유엔주재 미국 대사일 때도 대북정책에 관한 한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 연구원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맥매스터 현 국가안보 보좌관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수개월을 노력했지만 이제는 볼턴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턴이 북한에 구두 공격을 가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이 경우 북한이 정상회담 제안을 무를 구실을 준다. 그러면 트럼프·볼턴 팀이 압박을 강화할 테고 선제 타격에 관한 얘기가 더 나올 것이다. 한반도 긴장도 재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들어 미국과의 공방전을 자제하고 있는 북한이 볼턴 내정에 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볼턴을 ‘인간 쓰레기' ’흡혈귀'라고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나 이란을 향한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트럼프의 귀를 사로잡을까봐 미 동맹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과 이란에 관한 미국의 정책이 중요한 시기를 맞은 상황이라며, 이들 나라의 정권 교체를 무릅써야 한다는 볼턴의 주장 때문에 미국의 정책이 더욱 강경해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과 국제사회가 2015년 맺은 핵협정을 지지하는 유럽국들은 미국이 이를 곧 폐기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도 북·미 정상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트럼프가 전쟁을 준비할까봐 우려한다는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