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비밀 TF까지 운영…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통과 주도

입력 2018-03-24 08:08
뉴시스

환경부가 박근혜정부 시절 비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국립공원위원회 통과를 주도, 민간 전문가들의 조사와 심의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정부 뜻대로 왜곡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김호철)는 23일 오전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제도개선위 확인 결과 환경부는 2015년 4월부터 5개월간 비밀리에 삭도(케이블카)TF를 운영, 해당 사업이 국립공원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과 공단직원 19명 3개 팀(총괄팀·종합검토팀·공청회대응팀)으로 꾸려진 삭도TF는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에서 의결된 같은 해 8월까지 운영됐다.

TF는 국립공원심의위에 제출된 자연환경영향평가서에 학계의 설치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 개체수도 조작했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가 수령이 오래된 숲이었지만 사업 부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또 해당 지역이 보존가치가 높고 생태적으로 취약한 아고산대인데도 아닌 것처럼 기재했다. 최대 56마리(문화재청 조사 기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산양 개체수는 1마리뿐이라고 거짓으로 썼다.

환경부는 2015년 국회 서면 답변에서 ‘당시 민간 전문위가 환경부에 제출한 종합검토서 원본을 수정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했다. 제도개선위는 “국회에 위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이 과거 두 차례 국립공원위에서 부결됐는데도 재추진된 배경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조치 등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제도개선위는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케이블카 사업 재검증과 전면 재검토가 끝날 때까지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나서지 말아줄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중단을 요구한 셈이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은 “사업이 중단된다면 주민들과 함께 상경시위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해발 1480m) 사이에 길이 3.5㎞의 삭도를 놓는 게 골자다. 사업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안 부결로 인해 무산될 처지였으나 지난해 행정심판에서 이겨 다시 추진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24일 이 사업을 조건부 허가했다. 공사 시 준수사항 8건, 삭도 운행 시 준수사항 4건, 삭도 공사 후 모니터링 2건 등 총 14건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의 허가 이후 케이블카 설치 인허가를 위한 후속작업에 착수,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1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손재호 기자, 양양=서승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