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이재용 불참 속 “주주가치 제고·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 강화”

입력 2018-03-24 07:56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한 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주주 여러분의 성원과 임직원의 헌신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이런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50분의 1로 액면분할하는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해 5월 초부터 신주가 거래된다.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삼성전자가 예고한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 안건들도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제49회 정기주총을 열어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이사 보수 한도, 발행주식 액면분할과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변경 승인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 안건은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현재 주당 250만원 안팎인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5만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다음 달 30일과 5월 2∼3일 매매거래 정지기간을 거쳐 5월 4일 신주가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까지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중점을 둬 배당이 대폭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영지원실장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 새로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기남(DS부문장)·김현석(CE부문장)·고동진(IM부문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사내이사 전원이 교체됐다. 다음 이사회부터는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가 이뤄진다. 이제까지는 세 명의 대표이사 중 한 명이었던 권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실리콘 밸리에서의 ‘벤처신화’로 주목받는 김 회장과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 최초 법제처장을 지낸 김 교수를 임명해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분야 권위자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한 명씩 늘어 이사진 규모도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됐다.

주총에선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 중국 내 스마트폰 경쟁 심화 등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에 20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데 어떤 대응방안을 갖고 있나’라고 묻자 김기남 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기술 장벽이 굉장히 높아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만으로 기술격차 벽이 쉽게 축소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 사장은 ‘중국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 대응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도 “플래그십(전략제품) 모델은 거의 두 자릿수에 근접한 점유율로 회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달 출소한 이 부회장은 이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전략사업 확대, 신규사업 발굴, 전략적 투자와 제휴 확대를 올해 세 가지 중점 추진사항으로 제시했다.

김현길 오주환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