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에서 한국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 11-14로 뒤져 있었다. 그때부터 기적이 일어났다. 도로공사는 야금야금 따라잡아 15-15 듀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박정아의 퀵오픈과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메디의 후위공격 실패로 기어이 경기를 뒤집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웃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도로공사는 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기업은행과의 2017-2018 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25-23 25-20 23-25 23-25 17-15)로 이겼다. 도로공사의 쌍포 이바나와 박정아는 각각 28득점과 27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기업은행에서 뛰다가 자유계약선수(FA)로 도로공사로 이적한 박정아는 경기 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여자부 6개 팀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는 도로공사는 1차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기업은행은 메디가 44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다. 2차전은 25일 오후 2시 27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게임에 나섰다. 지난 19일 도로공사의 리베로 임명옥이 모친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임명옥은 1차전에서 34개의 디르를 잡아내며 분전했다.
1세트 후반까지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펼쳐졌다. 20-20에서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퀵오픈과 배유나의 시간차 공격으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다. 이어 배유나의 오픈공격과 상대의 실책으로 24-22의 리드를 잡은 뒤 이효희의 오픈공격으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도로공사 쪽으로 기울었다. 도로공사는 선수들끼리 활발하게 소통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다. 반면 조직력이 흔들린 기업은행은 범실을 쏟아내며 자멸했다. 도로공사가 16-12로 앞섰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바나가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었고, 기업은행의 리시브가 그대로 네트를 넘어오자 배유나가 다이렉트 킬로 연결해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렸다. 맥이 빠진 기업은행은 추격의 힘을 잃었다. 도로공사는 24-20에서 이바나의 오픈공격으로 2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 들어 기업은행이 반격에 나섰다. 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메디는 팀의 초반 5득점을 혼자 책임지며 5-2 리드를 이끌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러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메디가 펄펄 나는 가운데 김희진도 살아나며 1, 2세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김미연의 블로킹으로 20-15로 앞선 기업은행은 3세트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뒷심은 무서웠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23-24까지 따라갔다. 기업은행은 이바나의 오픈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 어렵게 3세트를 따내며 반격에 성공했다.
4세트에선 초반부터 팽팽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23-23에서 갑자기 도로공사의 집중력이 뚝 떨어지며 승부가 갈렸다. 도로공사 문정원이 서버 범실을 저지른 데 이어 이효희의 공격이 기업은행 김미연의 블로킹에 걸렸다. 세트 스코어는 2-2가 됐다.
5세트 6-6에서 승부의 추는 기업은행 쪽으로 기울었다. 기업은행 김현지의 오픈 공격이 성공한 데 이어 김미연이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자 도로공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9-12까지 뒤진 도로공사는 맹추격에 나서 11-14까지 따라잡았고, 배유나의 블로킹과 문정원의 서브득점, 배유나의 오픈 공격으로 14-14 동점을 만든 뒤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