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4일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시도 테러 관련해 유럽연합(EU)이 테러 배후국으로 의심되는 러시아를 비난하는 입장을 내며 영국에 힘을 보탰다. 일부 유럽국가들도 개별적으로 추가 조치를 예고하면서 EU와 러시아 사이 긴장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간) “우리는 이제 앞으로 며칠간 우리가 러시아 외교관들에게 개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EU가 러시아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낸 데 뒤따른 발언이다.
전날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낸 공동성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주요 국가 정상들이 적극 주도했다. EU는 러시아주재 대사도 소환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추가조치 가능성을 예고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EU의 이 같은 도움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까지 EU에서는 동유럽 일부 국가가 러시아 측을 배후로 단정할 근거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동 입장을 낼 가능성이 다소 불투명했다. 하지만 회담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반전, 집단대응에 의견을 모았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다음주부터 국가적인 조치가 적용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폴란드와 덴마크 역시 러시아에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EU 회원국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대응방법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EU 회원국들의 이번 자국 대사 소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러시아는 ‘스크리팔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 전 밝힌다”고 말했다.
현재 암살기도 사건의 당사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은 뇌손상을 입을 것이 유력한 상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