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천국” 일부러 죄짓는 日 노인들

입력 2018-03-24 05:00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7.3%를 차지한다. 미국의 두배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화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해 골치를 앓고 있다.

24일 블룸버그와 비지니스인사이더 등에 다르면 최근 일본 노인이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죄를 짓고 있다. 감옥 안의 생활이 바깥 생활보다 낫다는 이유다. 대부분은 슈퍼마켓 등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등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현재 일본 내 교도소 수감자의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이 중 90% 가량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법무성의 ‘2014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형사 처벌된 범죄자 중 18.8%가 65세 이상이었다. 1995년 3.9%에 비하면 약 20년 사이 4배 증가한 수치다. 노인 비율이 당시 14.6%에서 25.9%로 늘어난 걸 고려하더라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혼자 사는 노인 여성들은 교도소에 들어가면 같은 또래의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목욕 서비스와 화장실 이용 시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훨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한 여성 수감자는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더 즐겁다. 언제나 사람들이 있고, 외롭지 않다. 두번째로 출소했을 때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결심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보니 향수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인 재소자들이 늘어나면서 교도소 운영 경비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교도소의 노인 재소자 돌봄 서비스와 관련한 경비는 60억엔(약 607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80% 증가했다. 추가 비용은 대부분 인건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소가 목욕과 화장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보미들을 대거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퇴근하면 간수들이 노인 재소자들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쿄 북쪽 100km에 위치한 도치키 여성 전용 교도소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토미 게주카는 “재소 여성들의 대부분 질환이 요실금”이라며 “교도소가 아니라 사실상 양로원”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고의적 범죄는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지병을 치료하거나 혹서·혹한을 피하기 위해 교도소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고의적으로 죄를 짓기도 한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