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전 오열하는 아들 포옹하며 “강해야 한다”

입력 2018-03-23 16:28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

구속 영장이 발부된 22일 오후 11시6분부터 검찰이 도착하기까지 약 50분 동안,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안에는 그의 가족과 측근이 함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침착한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구속을 예상한 듯 미리 준비해 페이스북에 공개했던 자필 편지를 읽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이 자리에 있던 측근들을 인용해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남긴 말을 23일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이 발부된 날 저녁 양복을 갖춰 입고 측근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날 자택에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포함해 50여 명의 친이계 인사가 모였다.

이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명예에 금이 가게 해서 미안하다”며 “잘 대처하고 견딜 테니 각자 맡은 위치해서 잘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는 “이제 가야지, 뭐”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측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일했는데 나 한 명 때문에 여러분들이 힘들어졌다. 내가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내란선동죄’로 구속된 경험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54년 만에 나이 80이 다 돼서 감옥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심정이 이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하자”며 페이스북에 게시한 자필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서기 전 가족들을 한 명씩 끌어안았다. 오열하는 차남 이시형씨에게는 “왜 이렇게 약하나. 강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사들을 집까지 들어오게 할 이유가 없다”면서 측근들과 직접 나가 영장을 확인한 뒤 준비된 호송 차량에 올랐다. 몇몇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보다 먼저 나가 호송 차량이 떠날 때까지 자택 앞을 지켰다.

아들 이씨를 포함한 큰딸 이주연, 둘째 딸 승연, 막내딸 수연씨도 떠나는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특히 심하게 우는 이씨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떠난 지 약 17분 만에 서울 동부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구치소에서 첫날을 맞이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배정받은 독방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