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리빙페이스처치(Living Faith Community Church·LFCC)'의 노진산 목사(Stephen Ro)는 실제 사역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교회 개척 생태계’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뉴욕 리디머장로교회에서 은퇴한 팀 켈러 목사가 이끄는 ‘리디머 CTC’의 일원으로 ‘센터처치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노 목사를 인터뷰했다.
노 목사는 1976년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한인 1.5세대다. 2000년 2월 리디머장로교회로부터 파송받아 뉴욕 퀸즈 플러싱 지역에 LFCC를 개척, 첫 예배를 드렸다. 영어로 다민족 다인종이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다.
-어떻게 교회를 개척하게 됐나.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팀 켈러 목사에게 배운 게 인연이 됐다. 20년 전 리디머교회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목회자 한 사람이 중심이 된 파이어니어, 교회 소그룹을 주축으로 하는 파트너십, 분립개척인 하이브오프다. 나의 경우는 파송 받은 뒤 펀딩 등 도움을 받은 파이어니어 사례에 속한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스태프와 교인 등 소그룹이 훈련받은 뒤 교회를 개척해나가는 하이브오프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000년 개척한 LFCC에서 또 다른 교회 개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4월 뉴욕 베이사이드지역에 한인을 대상으로 ‘믿음으로 사는 교회’를 열었다. 2012년 10월 플러싱 다운타운 지역에 ‘킹스크로스처치’도 세웠다. 현재 LFCC에는 ‘교회 개척 담당’ 목회자가 따로 있다. 재정의 5%를 교회 개척 생태계에 쓰려 한다. 현재 퀸즈 지역에 추가 교회 개척을 위해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 있다.”
-2015년부터 스티븐 엄 목사와 함께 한국 목회자 대상으로 교회 개척을 교육하고 있다. 초교파적인 협력을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소속 교단, 노회를 떠나 연합하는 게 쉽지는 않다.
“리디머CTC는 미국장로교(PCA) 소속이나 장로교뿐 아니라 오순절교회, 침례교회 등 다른 교단 교회도 개척한다. 가령 소그룹이 모여서 뉴욕 할렘지역에 오순절교회를 개척하고 싶다 해도 훈련을 지원하고 펀딩을 해 준다. 도시를 사랑하고, 복음의 DNA가 있고 성실하게 개척하면 소속 교단에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노회나 교단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팀 켈러 목사나 CTC 사역을 보면 교회가 서 있는 도시와 그 문화에 대해 매우 열심히 연구한 것 같다.
“켈러 목사가 가장 강조하는 게 상황화다. 상황화가 안 되면 망한다. 켈러 목사 설교를 그대로 흉내 내다가 망한 사람들이 많다.(웃음) 성경을 잘 알고 동시에 그 도시와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맨해튼과 퀸즈 각 지역이 조금씩 다르고 특색이 있다. 지역사회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도 해야겠지만 지역의 주민이 돼 살아야 한다. ‘아이들 학교 모임에 꼭 가라. 카페에 가 봐라. 타운홀 미팅에 꼭 참석하라. 동네 상가의 변화 등에 대해 민감하게 살펴봐라’와 같은 구체적인 팁을 준다. 우리 동네 피자가게가 중국음식점으로 바뀌었다면 알아차리고 찾아가서 먼저 인사하라는 것이다.”
-교회 개척 생태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모집, 평가, 트레이닝, 코칭, 펀딩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개척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교회들이 같이 모여서 함께 교회를 개척할 사람을 발굴하고, 평가하고, 훈련하고 코칭한 뒤 자금 지원까지 하는 다섯 과정이 이뤄 질 때 교회의 에코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다.
‘평가는 엄격하게, 훈련은 쉽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본이 안 된 사람은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안 된다. 켈러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목회자는 성령의 은사로 사역하는 것뿐 아니라 성령의 열매로 사역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회 개척자를 찾을 때 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평판 조회 등을 거쳐 성품을 잘 따져본다. 이번 콘퍼런스와 이어지는 교육 등을 통해 한국에도 건강한 교회 개척 생태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