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소식에 등장한 ‘노무현 우산’… 쓸쓸했던 구치소 行

입력 2018-03-23 14:23
사진=KBS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 차량에 오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0시1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 풍경은 극과 극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일부 시민은 구속 촉구 시위로 분주했다. 지지자는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될 서울 동부구치소 상황도 비슷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뒤, 구치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다리던 시위대는 환호했다. 피켓엔 ‘9년을 기다렸다’ ‘적폐 청산’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자택에서 출발해 17분 만에 구치소 정문을 통과하자 한 시민은 날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을 축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하 뉴시스

2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량이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는 중 한 시민이 던진 계란을 맞고 있다.

이때 구치소 앞에서 현장 분위기를 전하던 한 방송사 중계 카메라에 노란색 우산이 포착됐다. 농사용 밀짚모자를 쓴 캐릭터가 뒤돌아 서 있고 배경으로 꽃무늬가 그려진 우산이었다. 이 우산은 노무현 재단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제작한 기념품이다. 디자인은 만화작가 강풀이 맡았으며 티셔츠, 스마트폰케이스 등이 함께 만들어졌다. 중계 카메라에 등장한 노란 우산을 캡처한 사진은 이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됐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후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이제 가야지 뭐”라는 짧은 말만 남겼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와 호송 차량에 오를 때도 시종일관 침착했다. 자신을 배웅하는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측근들에게 옅은 미소를 띤 채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을 배려해 구속 당일엔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22일 자정을 넘어 구치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신체검사, 방 배정 등 입소 절차 문제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거란 판단 때문이다. 대신 검찰은 조만간 구치소에 찾아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된 뒤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4월 4일부터 8일간 5차례에 걸친 방문조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 여러 기업으로부터 총 11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다스(DAS)’에서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은 구속 만기일인 다음 달 10일쯤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법으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기본 10일이며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