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이날 오전 0시01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준비된 호송차를 타고 17분 만에 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이후 신분 확인 및 건강 진단 등 절차를 밟고 수인번호가 새겨진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용기록부에 들어갈 ‘머그샷’까지 촬영한 뒤 3평가량의 독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총면적 13.07㎡, 3.96평짜리 방이다.
법무부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 및 다른 수감자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반 독거실보다 큰 방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에는 TV, 책상 겸 밥상, 접이식 매트리스, 싱크대, 변기, 옷걸이 등이 준비돼 있다. 난방은 바닥에 깔린 전기 열선으로 한다. 법무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전담 교도관을 지정하되 취침과 식사 등 일상생활은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8㎡의 3.05평짜리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같은 구치소에 있는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방 크기는 각각 5.15m²(1.56평), 7.33㎡(2.22평)이다. 이 전 대통령의 독방이 있는 구치소 12층에는 다른 수감자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가 지난해 신축돼 아직 수용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12층은 비워두고 있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같은 일과를 보내게 될 예정이다. 가족, 친지 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한 차례씩 10분간 접견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노역은 하지 않는다. 개인 운동시간도 매일 주어진다.
검찰이 수감 당일은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 전 대통령은 하루 동안 독방에서 홀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식사로 준비된 모닝빵, 쨈, 두유, 양배추샐러드 등을 먹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점심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마늘쫑중멸치볶음, 조미김, 깍두기가 제공되고 저녁에는 감자수제빗국, 오징어젓갈무침, 어묵조림, 배추김치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독방에 비치된 개인 식기로 식사를 해결한 뒤 식판을 스스로 세척해야 한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박 전 대통령이 지내는 서울구치소가 아닌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한 것은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같은 곳에 머물게 할 경우 내부 경호 문제 등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의 공범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서울구치소에 이미 수감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같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은 같은 구치소에 수감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구치소 내에서 말맞추기 등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