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MB 구속에 “반부패 내건 전 대통령들 스스로 연루” 긴급 보도

입력 2018-03-23 10:36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110억 원대 뇌물 수수·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외신들도 일제히 긴급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 내용을 전하면서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이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과 캡처한 페이스북 사진 등을 게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같은 구치소에 구속된 점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한국 대통령사(史)도 전했다.

미국 AP통신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반(反) 부패’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퇴임을 앞두거나 퇴임 후 본인이나 가족 또는 측근 등이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이미지로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냈지만, 그의 재임 기간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는 타격을 받았고 북한에 대한 적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규모 시위로 얼룩졌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데 이어 약 1년만에 두 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110억 원의 뇌물 수수, 350억 원대의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AFP통신과 독일 DPA통신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역대 4번째 한국 전직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수사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도 소개했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지금 이 시간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는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글 사진을 실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증거인멸 우려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이뤄졌다’는 법원의 영장 발부사유를 소개하면서 구속 사실을 긴급으로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도 이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 내용과 그동안의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밤 장시간 서류심사 끝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 입소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