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67)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2일 밤부터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지켰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이 15일 21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길에도 그를 마중해 화제가 됐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26기)는 22일 오후 11시6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원래 이날 오전부터 박 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심문 일정이 취소됐다. 법원은 고심 끝에 서류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서류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는 그의 측근들이 함께했다. 유 전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구속영장 발부 후 약 50분이 지난 뒤 검찰이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 자택 안으로 들어서자 유 전 장관, 조해진 전 의원 등 30여명이 밖으로 나왔다.
유 전 장관은 검은색 옷을 차려입고 참담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는 답하지 않겠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호송차에 올라타 악수를 나누고 떠날 때까지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유 전 장관과 이 전 대통령은 1991년 방영한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이 드라마에서 현대건설의 대표였던 이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이 전 대통령은 4년 뒤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출판하며 2000년 서울시장까지 당선됐다. 이후 유 전 장관은 20년간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MB맨으로 통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할 때 유 전 장관은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이 후보로 출마했던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세연설을 했다. 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검찰은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이 새벽에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신체검사, 방배정 등 입소 절차 문제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23일에는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