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원·달러 환율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지속땐 외국 자본 국내 붙잡아 둬
② 시장금리
채권 금리 이미 엎치락뒤치락 금리인상 요소 선반영돼
③ 해외 투자자
外人 채권자금 중장기 투자 많아 단기 자본유출 우려 크지 않아
쇼크는 없었고 시장은 안도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1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림에 따라 10년여 만에 한·미 금리역전 시대가 찾아왔다.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늘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 위험을 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분명 악재인데 금융시장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배경으로는 원·달러 환율, 시장금리, 해외 장기투자자의 3요소가 꼽힌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막판 반전해 전날보다 0.4원 오른 1072.7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상단 기준 연 1.75%로 올렸고 한국은 연 1.50%를 유지하고 있으니 원래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게 맞다. 금리는 돈의 가격, 돈의 가치를 뜻하기 때문이다. 즉 원·달러 환율은 이전 공식대로라면 치솟았어야 정상인데 이날은 거의 영향이 없었다.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弱)달러 정책’이 지목된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가리는 한편 자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좌충우돌 보호무역주의 역시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가져오리란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인상보다 트럼프의 정책이 더 힘이 세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만 해도 월평균 1132.93원을 기록했다가 지금은 106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년 만에 달러당 100원에 가까운 환차익을 앉아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벌어들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북핵 리스크 완화 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더 지속될 경우, 외국 자본을 국내에 붙잡아두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간 정책금리인 기준금리 말고 시장의 채권 금리는 이미 엎치락뒤치락했다는 점도 금융시장 패닉을 줄인 요소다. 21일 기준 미국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2.88%로 같은 날 한국 10년물 연 2.72%보다 높다. 이미 연준의 올해 3회 금리인상 요소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석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계 대형 자본은 금리 0.25%포인트를 좇아 휙휙 옮겨 다니진 않는다”면서 “글로벌 분산투자 성격으로 신흥국 몫을 유지하고 또 한국 비중도 같은 차원서 넣어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자본의 장기 건전 투자자금 비중이 높은 점도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는 요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나서 “외국인 채권자금은 중앙은행 국부펀드 공공기금 등 중장기 투자자가 많다”며 단기적으로는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장기화되거나 북핵 리스크가 악재로 돌변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총재도 “앞으로 금리인상 경로를 나타내는 연준의 점도표를 보면 올해 전망은 종전대로, 내년은 상향 조정했다”면서 “FOMC 결정이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