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77) 전 대통령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총 157권(8만쪽) 분량의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영장전담재판부가 사흘째 기록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2일 “여러 차례 나눠서 상당히 많은 분량의 추가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했고, 오늘 낸 것도 있다"며 "총 8만 페이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는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해 서면으로 진행 중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통상의 절차에 따라 집행할 계획이다. 구속 영장 원본을 법원으로부터 수령한 뒤, 영장의 내용과 취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집행은 검사가 직접 하거나 검찰수사관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청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자택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속 장소로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를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구속 피의자는 대부분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왔다. 이 전 대통령도 서울구치소로 갈 경우 초유의 ‘한 구치소 두 대통령’ 상황이 벌어진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다음달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 혐의로 구속될 때 검찰은 그를 경기도 안양에 있는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의 분리 수용을 교정당국에 요청한 결과였다. 검찰 관계자는 “먼저 수용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 등으로 서울구치소 업무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보면 이 전 대통령은 만약 구속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가 아니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전 대통령 관련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측근들이 대부분 서울구치소에 있어 그들과의 분리를 위해서도 서울동부구치소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구치소에는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감돼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이감될 당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래된 서울구치소에 비해 이곳은 지난해 새로 지어 문을 연 최첨단 시설을 갖고 있어서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옛 성동구치소를 서울 문정동 법조타운 신축부지로 이전하면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서울동부지법 등과 인접해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이 시설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 공식 이전 기념식을 가졌다. 과거 구치소 건물과 달리 법원과 검찰 청사 부근에 지상 12층 높이의 최첨단 시설로 지어졌다.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던 기존 구치소·교도소 모습과 달리 낮은 ‘개방형 울타리’로 주변 시설과 구분해 하나의 빌딩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안팎이 상당히 ‘밝은’ 분위기로 꾸며져 기피시설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정 당국은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과 같은 3평가량 크기의 독거실을 제공할 방침이다. ‘503' 수용번호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3.2평 규모의 독거실을 배정받아 쓰고 있다. 일반 수용자용 독거실 1.9평보다 넓은 것이다. 일반 수용자 방에 없는 간단한 샤워시설도 마련됐다. 방 크기를 제외하고 비치되는 집기, 식사 등 다른 조건은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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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