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교수
3월을 맞이하여 아침이 되면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학교에 간 아이가 칠판이 안 보인다고 얘기하거나, 교과서를 볼 때 유독 찡그리고 본다면 근시를 비롯해 원시와 약시 등의 소아안과질환들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통 7-8세 전후로 시력발달이 완료되는데, 대부분의 소아안과질환은 아이가 직접 증상을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조기안과검진으로 이상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이후에도 정기검진을 통해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굴절이상, 근시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들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은 근시이다. 근시는 굴절이상의 일종으로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혀 먼 곳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만약 아이가 예전보다 자주 눈을 찡그리고 보거나 가까이 보려 한다면 원거리 시력이 안 좋아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근시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완벽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안과학계에서는 대체로 유전적인 요인은 물론 환경적인 요인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근시는 안구의 성장과 관련된 굴절이상으로 아이가 자라는 동안 진행되며, 나이가 들면서 진행이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멈추는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다.
특히 근시가 심하게 진행되어 고도근시가 되면 안구의 모양이 변하고, 이로 인해 망막변성, 망막박리, 시신경 이상, 녹내장 등의 안과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근시의 진행은 억제하는 것이 좋다.
근시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어느 정도 진행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법으로는 야외활동, 조절마비제, 각막굴절교정렌즈 등이 있다. 햇빛 아래에서의 야외활동이 근시진행을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조절마비제 점안이 근시진행 억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결과가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적절한 조명에서 바른 자세로 책을 읽도록 하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하지 않도록 하며, 40분 정도 책이나 모니터를 본 뒤에는 10분 정도 멀리 있는 물체를 보면서 눈을 쉬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심코 안경 쓰기 전 정밀 안과검진 받아야
그렇다면 근시가 있다고 꼭 안경을 써야 하는 것일까? 만약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안과검사를 받은 결과 안경을 쓴 시력은 정상으로 나오는데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집에서 생활을 할 때 찡그림 없이 지내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안경을 착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의사표현을 명확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근시는 진행하므로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다른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단순한 시력검사가 아니라, 사전에 약물을 통해 조절을 풀어준 후에 검사를 해야 정확한 굴절이상과 교정시력을 측정할 수 있다. 때로 눈의 초점을 조절하는 근육이 발에 쥐가 나듯이 마비되어서 잠시 근시처럼 먼 곳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 시력검사를 통해 근시라고 판단하여 실제 눈 상태보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착용하게 되면 계속 안경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근시의 교정 방법으로는 안경 외에도 콘택트렌즈나 시력교정수술이 있지만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권장하지 않고, ‘드림렌즈’로 알려진 각막굴절교정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각막굴절교정렌즈는 밤에 끼고 자는 동안 각막의 모양을 변화시켜서 근시가 없는 상태를 하루 동안 유지하도록 해주는 하드렌즈로, 근시 교정과 함께 소아에서 근시 진행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춰줄 수 있다.
다만 각막 합병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 전과 사용하는 동안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부모님들의 관심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은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점이 있다면 내원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