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같은 최다빈, 오늘은 ‘철렁’… 부츠 악재에 진땀

입력 2018-03-22 09:47
최다빈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최다빈(18)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내면 깊숙이 감춘 마음을 꺼내는 순간은 쇼트프로그램의 3분가량, 프리스케이팅의 4분 안팎이다. 연기를 끝내면 담담한 표정으로 관객에게 인사한다. 환하게 웃지도, 흐느껴 울지도 않는다. 세리머니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김연아(28)가 그랬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때까지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쏟았던 눈물은 그래서 강렬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7년 동안 이를 악물고 억눌렀던 수많은 감정은 세계의 정상에 올라서야 표출됐다.

최다빈은 김연아의 강인한 정신력까지 닮고 싶어 하는 ‘연아 키드’다. 최다빈은 ‘김연아 장학금’의 첫 수혜자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시니어무대 데뷔 시즌인 2007년에 피겨 유망주 육성을 위해 12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김연아는 고교 2학년, 최다빈은 초교 1학년이었다. 최다빈은 그해 1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연아로부터 장학금 200만원을 직접 받았다.

그때부터 ‘김연아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거주했던 최다빈은 2015년 경기도 군포 수리고로 진학했다. 지금은 고려대로 진학했다. 모두 김연아의 모교다. 김연아의 길을 따라 올림픽 은반 위에도 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최종 합계 199.26점으로 7위에 올랐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침착했지만, 착지가 불안했고 연기가 어수선했다. 심판은 그런 최다빈에게 55.30점을 부여했다. 개인 최고점(67.77)에 크게 못 미친 점수였다.

최다빈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스케이트부츠 상태의 문제를 발견한 건 경기를 앞두고서였다. 고정이 되지 않았다. 테이프로 연결해 다급히 은반 위에 올랐다. 트리플 플립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으로 수행점수가 깎였다. 기술점수 26.97점에 예술점수 28.33점이 매겨졌다. 순위는 21위. 프리스케이팅 진출의 하한선인 24위를 겨우 넘어섰다.

메달권 추격을 위한 만회가 쉽지 않다. 쇼트프로그램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80.27점, 2위인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는 79.51점을 각각 기록했다. 선두권과 24점 이상 벌어졌다. 프리스케이팅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3일 열린다. 최다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191.11점을 받았다. 순위는 10위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