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vs 사진’ 싸움?… 정봉주, ‘고소인’으로 경찰 출석

입력 2018-03-22 09:26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이 22일 경찰에 출석해 자신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고소인 조사’를 받는다. 정 전 의원은 이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2시 정 전 의원이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을 최초 보도한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에서 이를 수사토록 지휘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A씨는 고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의 성추행 의혹 보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반면 프레시안은 해명을 재반박하는 추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사진 780여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사진들은 사진 전문가가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촬영한 것으로 사실상 정 전 의원의 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프레시안 협동조합 측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정 전 의원을 고소했다. 정 전 의원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프레시안 측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복당 신청이 불허돼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를 복당 불허 결정을 내렸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16일 제3차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정 전 의원에 대해 복당 불허를 결정했고, 최고위원회는 위원회 심사 결과대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관계 다툼이 있었다”며 “‘미투(MeToo)운동’의 기본취지와 연관 지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하루 앞서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그는 “당을 위해 헌신한 정봉주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었다.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민주당 당원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해 문재인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복권됐다.

정 전 의원은 당의 결론과 무관하게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