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내홍, 선거 앞두고 집안싸움…이유는?

입력 2018-03-22 00:26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홍계 의원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부터다.

‘홍준표 책임론’의 발단은 인재 영입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일부 옛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은 급기야 “홍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전 의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모두 고사해 무산됐다. 한 중진의원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당의 요구대로 하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자세를 밝힌 만큼, 홍 대표도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뛰겠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표. 뉴시스

당내 여론전은 실제로 홍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올리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리더십에 반발해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 중진의원들은 22일 회동을 거쳐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홍준표식 공천’도 도마에 올랐다. 복수의 후보자가 지원한 곳이라도 후보자 간 경쟁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판단되면 경선이나 2차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천자를 확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기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지사를 낙점하자 공천신청을 했던 자유한국당 전 의원들은 날을 세웠다. 김용남 전 의원은 “깜도 안 되는 당대표가 한국당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희 전 의원은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라서 위기”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발끈하며 중진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한 지역에서 당을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선수(選數)만 쌓아온 극소수 중진 몇몇이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에 공백이 생기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번 당권 경쟁을 할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내홍이 번진 것은 홍 대표 임기가 내년 7월 끝나 2020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에는 공천권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방선거 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 임기 2년을 새로 시작할 경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홍 대표 역시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다음 총선 때는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서울)강북 험지로의 차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