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이어진 2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눈이 내렸습니다. 봄을 앞두고 찾아온 눈소식에 깜짝 놀란 시민들이 많았죠. 아이와 함께 외출한 A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A씨는 10개월 된 아들을 둔 프리랜서입니다. 평소 집에서 근무하지만 이날은 회사에 볼일이 있어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에 탈 때까지는 그저 추운 날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청구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거센 눈보라가 A씨를 맞았습니다. 마땅히 우산을 살 곳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그냥 뛰어가야겠다.’ A씨는 품 속 아이의 옷을 단단히 여몄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여성이 말을 걸었습니다. 분홍색 우산을 내밀면서요. 여성에겐 우산이 하나뿐이었습니다. 난감해 하는 아이 엄마에게 자신의 우산을 양보한 겁니다.
“한 예쁜 여자분이 본인처럼 예쁜 핑크색 우산을 손에 쥐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나중에 사례라도 하려고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사양하시더라구요. 눈보라가 이렇게 치는데 저에게 우산을 주시면 본인은 어떻게 가시려고….”
결국 우산을 건네 받은 A씨는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구역 2번 출구에서 만난 천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지금 마시는 차 한잔보다 그 분의 예쁜 마음씨가 더 따뜻해 감사함을 표현하려 한다”면서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되면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뉴스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임신부나 아이 엄마에게 양보 안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제가 운이 좋아서인지 매번 양보를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셨습니다. 우리나라에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아 행복합니다. 모두들 감사하고 행복하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