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에서 ‘연탄가스’까지…홍준표식 ‘막말 화법’ 효과 있을까

입력 2018-03-21 16:24 수정 2018-03-22 11:10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당내 ‘반홍’(반홍준표) 중진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홍 대표는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의 격앙된 반응은 지방선거 공천결과와 부진한 인재영입 문제를 놓고 당내 잡음이 커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나는 이 당에서 23년간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왔다”며 “편안한 지역에서 노력도 없이 선수만 쌓아온 극소수 중진들 몇몇이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고까지 했다.

홍 대표는 당내 반대파들이 자신에게 제동을 걸 때마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써가며 역공을 퍼부었다.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1월말에는 당 홍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를 ‘암덩어리’ ‘고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암덩어리조차 같이 안고 가자는 건 같이 죽자는 소리”라며 “우리가 일치단결해서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지금 보수의 혁신과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고 직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한 직후에는 친박계가 반발하자 ‘바퀴벌레’라는 표현도 썼다. 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다가 자신들 문제가 걸리니 슬금슬금 기어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빌미로 살아나볼려고 몸부림치는 일부 극소수 잔박들을 보니 참으로 비겁하고 측은하다”고 했다.

홍 대표 최측근그룹에서는 이 같은 화법에 대해 ‘직설의 미학’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최근 홍 대표가 출간한 ‘꿈꾸는 로맨티스트’에서 엮은이로 이름을 올린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홍 대표의 언어구사를 두고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MSG가 전혀 없다”며 “올코트 프레싱(전면 압박)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야당에 딱맞는 소통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중진들을 대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홍 대표에게는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이날 중진들을 ‘연탄가스’에 비유하자 반대 진영은 발끈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진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당은 대표의 놀이터가 아니다. 지방선거까지 모든 선거일정을 당 공식기구에 맡기고 대표는 일체 발언을 자제해달라”며 “안 그러면 다같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