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 온 미국의 대표적 보수매체 폭스뉴스 방송의 유력 뉴스 평론가가 퇴사를 선언했다. 폭스뉴스가 트럼프를 위해 선전선동을 일삼는 것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다는 양심선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폭스뉴스 평론가 랠프 피터스(65·사진)가 이달 계약만료를 앞두고 20일(현지시간) 동료들에게 남긴 편지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피터스는 “폭스뉴스는 유해하고 입증 안 된 편집증적 인식을 시청자에게 퍼뜨려 헌법 질서와 법치를 해치고 있다”면서 “10여년을 함께하면서 오래간 자랑스러웠지만 이제 부끄럽다”고 편지에 적었다.
피터스는 “폭스뉴스는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공식통로였지만 이제 파멸적이며 비도덕적인 정권의 선전선동 기계로 전락했다”며 회의를 드러냈다. 피터스는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달 말 종료되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1일에 사측에 고지했다고 밝혔다.
미 육군 정보부서 소속으로 20여년 일한 뒤 중령 제대한 피터스는 1990년대부터 폭스뉴스에 출연해오다 2008년 정식 독점계약을 맺었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이라크 침공을 옹호했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외교군사 정책에 맹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군 시절 자신의 전문분야였던 러시아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적대적이었다. 최근 플로리다주 총기난사 사건 뒤 보수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등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취임 이래 정권을 비호하는 방송을 주로 내보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을 집중 비판한 게 일례다. 케이블 뉴스채널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영향력도 크다. 트럼프도 애청하는 방송채널로 폭스뉴스를 수차례 직접 꼽은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