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앞에만 서면… ‘사분오열’ 국회, 오늘도 각각 딴소리

입력 2018-03-21 16:00

여야 정당은 21일에도 국회 개헌 협상과 관련해 여전히 제각각인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한국당은 야 4당의 공동전선 구축을 제안했지만 다른 야당들은 민주당을 배제하는 방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홍준표 때리기’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는 역대 듣도 보도 못한 제왕적 대표”라며 “제1야당의 거대 의석을 방패삼아 의회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시스트적인 협박”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개헌안 표결 참여 의원 제명’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추 대표는 “30년 만의 개헌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야당의 전향적인 태도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4개 야당이 ‘개헌정책 협의체’를 만들어 ‘문재인 관제개헌’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른 야당들은 민주당을 협의체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개헌안은 발의가 아니라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4당만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민주당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개헌안 마련을 위한 여야 대표 모임을 제안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야당 간 온도 차도 감지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 개헌안이 진전된 면이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은 여전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안 일부 공개는 찔끔찔끔 간보기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기본자세부터 글러먹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과 지방분권 강화 방안이 명시됐다. 수도 조항을 신설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19일에 이어 20일 두 번째 대통령 개헌안 요지를 공개했다. 헌법 총강·경제·지방분권 관련 조항이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토지공개념 내용이 포함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개헌을 통해 경제 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실질화하려 한다”며 “이제 한정된 자원인 토지에 대한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안 1조 3항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자치행정·입법·재정권도 대폭 강화됐다. 특히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태와 같은 정책·재정 불일치를 막기 위해 자치사무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사무 집행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해 지방정부가 자치세 종목, 세율, 징수방법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게 했다.

주민이 지방정부의 독주와 부패를 막도록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제도도 헌법에 규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제2국무회의’ 성격의 국가자치분권회의도 신설된다.

수도 조항과 함께 총강에는 공무원의 전관예우 방지 근거 조항도 마련됐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법관의 전관예우를 비롯해 전직 공무원이 현직 공무원에게 로비하는 행태가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전직 공무원에게 경제적 규제를 하면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위헌 결정을 받기 쉬웠지만 이 규정으로 상당부분 위헌성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수도 이전, 지방분권 강화안 모두 사회적·정치적 논란이 많았던 주제들이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가 시작될 경우 여야 간, 사회단체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