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3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미회담 장소에 따라 극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만약 북미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려 원만히 진행될 경우 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가 3자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이 각각 만난 뒤 3자 회담마저 성사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을 세계에 확실하게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에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사실상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준비위 2차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전 사항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이 3자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향후 2개월간 펼쳐질 대화국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극적인 모습”을 언급하고, 3자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합의할 경우 판문점에서 약 1시간 거리인 서울의 문 대통령이 그 자리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남북 양자회담, 북미 양자회담에 이어 3자 회담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구상이 된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판문점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은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합의됐다. 북·미정상회담 역시 판문점에서 개최된다면 곧바로 문 대통령까지 포함한 3자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최종 확인하는 ‘극적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경제협력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은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미관계가 정상화돼야 하고, 더 나아가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까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3자 회담을 여는 방안은 성사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는 판문점 외에 워싱턴이나 평양, 스웨덴 등 제3국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남·북·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그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남북 관계 발전, 북·미 간 또는 남·북·미 간 경제협력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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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